Two clay tablets incised with rows of Linear B signs in a museum case

Clay tablets inscribed in Linear B, Bronze Age Crete. Heraklion Archaeological Museum. Photo: Deyan Vasilev, CC BY-SA 3.0.

For fifty years, scholars guessed what these said. One woman made 180,000 index cards instead.

소식 에세이

앨리스 코버는 추측하지 않았다

이 글은 존 선생님이 영어로 쓴 에세이를 한국어로 옮긴 것입니다. 원문 보기(영문) →

앨리스 코버, 선형 문자 B, 그리고 라틴어 학생이 첫 달에 배우는 문법.

1900년 크레타섬 크노소스에서 고고학자들이 점토판을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궁전을 무너뜨린 불길에 단단히 구워진 판들이었습니다. 판에는 아무도 읽지 못하는 문자가 빼곡했습니다. 훗날 선형 문자 B라는 이름이 붙은 이 문자는 반세기 동안 도전한 모든 사람을 물리쳤습니다.

도전한 사람들은 대부분 추측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언어는 에트루리아어일 것이다, 아니면 고대 크레타의 잃어버린 언어일 것이다,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증거를 찾아 나섰습니다. 마침내 이 문자를 읽어 낸 젊은 영국인 마이클 벤트리스도 여러 해 동안 이것이 에트루리아어라고 믿었습니다.

앨리스 코버는 추측하지 않았습니다.

1946년의 앨리스 코버. 펼친 책이 놓인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고 있다
1946년의 앨리스 코버. 사진: Brooklyn Daily Eagle photographs, Brooklyn Public Library, Center for Brooklyn History.

코버는 브루클린 칼리지의 고전학 교수였습니다. 1930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업을 꽉 채워 맡으며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쳤습니다. 코버는 점토판이 어떤 언어로 쓰였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 작고 더 어려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언어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담배 상자 속의 카드

코버는 하루 종일 가르친 뒤 저녁마다 브루클린 집의 식탁에서 작업했습니다. 전쟁 중에도, 전쟁이 끝난 뒤에도 종이가 귀했습니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잘라 직접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낡은 연하장의 뒷면, 시험 답안지 표지, 도서관 대출 카드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카드에는 모든 기호와 모든 단어, 그리고 각각이 어디에 나오는지를 적었습니다. 카드는 담배 상자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그렇게 만든 카드가 18만 장쯤 되었습니다.

화려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가 할 일이 아니라고, 또는 자기 힘으로는 못 할 일이라고 여기는 그런 일이었습니다.

라틴어 학생이라면 알아챌 것

그러다 코버는 라틴어를 1년만 배운 학생이라도 알아볼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어떤 단어들이 세 개씩 짝을 지어 나타났습니다. 앞부분은 같고, 끝부분만 달랐습니다.

라틴어 학생은 첫 달에 같은 모양을 만납니다. dominus, dominī, dominō. 단어는 그대로이고, 어미만 바뀌어 그 단어가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 줍니다.

크노소스를 발굴한 아서 에번스도 이 언어가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고 짐작했습니다. 코버는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그 언어의 단어를 하나도 모르면서, 선형 문자 B의 언어가 굴절어, 곧 어미를 바꾸어 문법적 역할을 나타내는 언어라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미가 음절 기호들에 어떻게 걸쳐 나타나는지도 보여 주었습니다. 덕분에 뒤를 이은 학자들은 어떤 기호들이 같은 소리를 나누어 갖는지 처음으로 확실한 단서를 얻었습니다.

끝

앨리스 코버는 1950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흔세 살이었습니다.

2년 뒤, 벤트리스가 코버의 방법을 바탕으로 이 문자를 읽어 냈습니다. 그 언어는 호메로스보다 수백 년 앞서 쓰인 그리스어였습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지적 성취로 꼽히는 일입니다. 벤트리스는 유명해졌습니다. 코버의 몫은 오랫동안 거의 언급되지 않았고, 그 이름은 잊히다시피 했습니다. 2013년 저널리스트 마갈릿 폭스가 《The Riddle of the Labyrinth》에서 코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코버의 공책과 카드는 지금도 남아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

학생들은 가끔 묻습니다. 왜 어미에 그렇게 오래 매달리느냐고. 단어는 그냥 찾아보면 되는데, 왜 dominus, dominī, dominō를 외우느냐고.

앨리스 코버가 그 답입니다. 20세기의 위대한 해독 가운데 하나에서 결정적인 도구는 번뜩이는 천재성이 아니었습니다. 라틴어 교과서에서 가장 평범한 페이지인 곡용표였습니다. 그것을 끈기 있게 붙들고 있었기에 마침내 비밀이 드러난 것입니다.

어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제대로 아는 학생은 규칙 하나를 배운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보는 한 가지 방법을 배운 것입니다. 코버는 그 눈으로 다른 누구도 보지 못한 것을 보았습니다.

천재는 추측했습니다. 한 라틴어 교사는 셌습니다. 옳았던 사람은 그 교사였습니다.

출처: Margalit Fox, The Riddle of the Labyrinth (2013); Program in Aegean Scripts and Prehistory,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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