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학생 소식

Phillip Yoo, 과녁을 옮기는 사람은 누구인가

2026년 존 로크 에세이 대회 역사 부문 우수상(High Commendation)

Phillip Yoo의 사진

Phillip Yoo

올해 존 로크 연구소(John Locke Institute)가 여는 존 로크 에세이 대회(John Locke Global Essay Prize)에는 183개 나라에서 100,227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지금 싱가포르 아메리칸 스쿨 9학년인 Phillip Yoo는 역사 부문에서 전체의 상위 17.5% 안에 드는 최종 후보에 올랐고, 10월 런던에서 발표된 결과에서 우수상(High Commendation)을 받았습니다.

Phillip이 고른 질문은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도덕의 우주가 그리는 호는 길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휜다.’ 정말 그런가? 정말 휘는가?” 대부분은 그렇다고 답한 뒤 근거를 찾아 나섰을 것입니다. Phillip은 아니라고 답했고, 보기 드물게 차분한 태도로 그 주장을 펼쳤습니다.

정의보다 안정

첫 번째 주장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다면 정의로운 것보다 안정된 것을 고른다는 것입니다. Phillip은 어슐러 K. 르 귄이 그린 도시 오멜라스를 가져왔습니다. 도시 전체의 번영이 한 아이의 고통 위에 서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곳 시민 대부분이 떠나지 않고 남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에 손실 회피라는 심리학 개념과, 어떤 질서든 혼란보다 낫다는 홉스의 논리를 더했습니다.

그다음 로마로 갔습니다. 한 세기에 걸친 내전 끝에 아우구스투스는 공화정을 끝내고 그 대신 평화를 내놓았습니다. Phillip의 표현을 빌리면 아우구스투스는 “안정을 정의의 궁극적 형태로 교묘하게 포장했고”, 지친 로마인들은 그 거래를 받아들였습니다. Phillip은 라틴어를 읽은 지 이제 1년 남짓 되었습니다. 그 흔적이 글에 드러납니다.

과녁을 옮기는 사람

두 번째 주장이 이 에세이를 날카롭게 만듭니다. 정의를 과녁으로, 역사를 화살로 떠올려 보라고 Phillip은 씁니다. 화살은 과녁을 향해 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녁은 계속 움직이고, 그것을 옮기는 사람은 권력을 쥔 사람들입니다. Phillip은 이 생각을 니체에게서, 그리고 권력을 잡은 뒤 스스로 없애려던 바로 그것이 되어 버린 어느 혁명 이념의 역사에서 확인해 나갔습니다.

세상이 분명히 더 정의로워지지 않았느냐는 당연한 반론에는 프랑스로 답했습니다. 자유의 이름으로 일어난 혁명이 나폴레옹으로 끝났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역사는 “매끄러운 호라기보다 진자에 가깝게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빈 주머니

마지막 이미지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에게서 빌려 와 자기 목적에 맞게 바꾸었습니다. 정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빈 주머니이고, 그것을 채울 힘을 가진 사람이 채운다는 것입니다. Phillip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 에세이에는 감탄할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아마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감탄했을 것이라고 저는 짐작합니다.

시작은 이랬습니다

Phillip은 8학년 때 라틴어를 전혀 모르는 채로, 보통 고등학생이 듣는 문법 과정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주 1회 수업으로, 미국 동부의 많은 보딩스쿨이 주 5일씩 3년에 걸쳐 가르치는 내용을 1년이 안 되어 마쳤습니다. 같은 해에 전미 라틴어 시험(National Latin Exam, NLE)과 전미 라틴어 어휘 시험(NLVE)에서 금메달을 받았고, 전미 라틴어 우등생 협회(National Latin Honor Society) 회원으로 선정되었습니다. Phillip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버티게 한 습관, 곧 어려운 문제를 풀기 전에 먼저 하나하나 뜯어보는 습관이 이 에세이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에세이 뒤의 세미나

이 에세이에 담긴 생각 가운데 Phillip이 대회 답안지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Phillip은 저희 소크라테스식 토론 수업에서 이미 비트겐슈타인의 주머니를, 아우구스투스가 지친 공화정에 내민 거래를, 그리고 공리주의의 계산이 한 아이를 어디에 남겨 두는지 보여 주려고 쓰인 단편소설을 두고 토론했습니다. 에세이 대회는 이미 그 논쟁을 거쳐 본 학생에게 상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에세이는 그 논쟁의 기록입니다.

존 로크 에세이 대회는 저희 학생들이 학기 중에도, 여름에도 휴메인 레터스(Humane Letters) 수업에서 준비하는 여러 국제 글쓰기 대회 가운데 하나입니다. 휴메인 레터스는 고전으로 배우는 영어 읽기·쓰기 과정이며, 제1권은 이번 겨울 학기에 시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입학 안내 페이지에 있습니다.

한국어 상담 선생님과 한국어로 전화 상담 예약 · 카카오톡 문의

존 선생님(Ioannes Magister)과 영어로 Zoom 상담 예약 · WhatsApp 문의

이메일은 contact@emersonlatin.com으로 보내 주세요.

새 글이 올라오면 이메일로 알려 드립니다. 이메일은 영어로 보내 드립니다.

구독하기